뭐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삶은 그저 독서!
1. 무라카미 하루키, 1Q84 Book1
후카에리! 문학적 측면이니, 5년만의 하루키 장편이니 하는 걸 다 떠나서 역시 후카에리가 인상적입니다. 바케모노가따리의 센죠가하라도 그렇고, 둘 다 너무 매력적입니다. 성향이야 좀 다르지만 독특한 정신세계와 말투, 그야말로 '소녀' 자체인 외모, 순간순간 살짝씩 나타내주는 표정――――역시 이때가 포인트――――에 완전히 그냥.. 아스키미에선 역시 사야기도 하고, 좀 이런 '좀 평범한 라인을 떠난' 캐릭터가 취향이었는지.. .................아 너무 빠져들었네.
처음엔 IQ84인줄 알았습니다. 계속 '1'이 눈에 띄긴 했지만 확신을 얻은 건 아오마메의 1984년이 아닌 1Q84년이란 정의를 들은 시점부터. 1Q84는 노르웨이나 국경의 남쪽 같은 연애소설은 아닙니다. 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죽어도 싼' 남자들을 '저쪽 세계로 보내버리는' 여자 암살자 아오마메와, 후카에리라는 천재적 소녀의 소설을 고쳐쓰다 사건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소설가 덴고―――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흘러가는, 카프카와도 닮은 소설이군요.
아오마메와 덴고 역시 어릴 적의 접점이 있고, 서로의 행동도 하나의 사건에 얽혀들어갑니다. 뭐 생각해보면 카프카 때도 다 얽히긴 마찬가지였지만, 카프카의 비현실적인 느낌의 나날에 대비해 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네요. 아직 첫 권밖에 못 읽었을 뿐이고, 이제야 모든 것들이 접점을 찾으며 얽혀들기 시작하는 시점일 뿐이라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시점은 아니지만.
하나 확실한건, 하루키의 이름만 보고 그때(복귀 전)에 원서를 그냥 질러왔다가는 피눈물을 흘릴 뻔 했었다는 거. 그래도 노르웨이는 정말 잘 질렀었습니다.
+덧
솔직히 이번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건 마찬가지(...)
2. 메이, 붉은 실 上
사람을 이렇게 뜨겁게 만들 수 있다니, 어떻게 보자면 정말 대단한――소설. (보통은 자연스레 '작품'이란 단어를 쓰는데, 그런 소중한 단어는 너무 아깝습니다)
아...뭐........뭐라고 할까. 지금껏 그토록 책은 신중하게 구입했었는데, 스쿨럼블, 다시 만날때까지, 디어.. 뭐 이런 것들에 이어 충동구매의 뼈저린 후회를 깊게 느꼈습니다. 교보에 그냥 재고가 있었을 뿐이기도 했지만, 인쇄조차 가로쓰기인데다 핸드폰 소설―――자동연상:여학생 인기, 소녀취향 등―――이라 쉬워보이기도 하고 드라마인가 영화인가 뭔가 될 정도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 싶었는데...............어우 씨발.
저동네 보통 연애가 이 꼴인지, 일본 여중고생의 로망이 이딴건지, 소녀감성이란 게 이렇게도 양면적이고 끔찍한 거였는지, 이도 아니면 결국 더러운 상술, 출판사의 잘난 띠지광고 따위에 3류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속았을 뿐인지.. 단순 취향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내용면에서 봐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살짝 뒤졌을 때의 드라마 감상도 좀 그랬고, 그냥 미스였던 듯.
본문을 보자면, 중2 소녀 메이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짝사랑하던 소꿉친구는 자신의 언니와 연인이 되어버리고, '좋은 여동생으로 남자'고 결심하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는데, 그 때 동급생 아츠시가 다가온다―그와의 붉은 실은 이어져 있는 것인가.
네, 뭐 시나리오는 괜찮아 보입니다. 잘만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문장은 완전 유치합니다. 소녀적이라고 해야 하나? 일상회화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문장레벨, 애니나 게임이라면 로리캐릭터나 쓸만한 말투(자신을 이름으로 지칭하기까지),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하이텐션, 조잡한 느낌을 주는 문장부호의 반복 및 음표의 사용 등.. 그런데 그런 표면적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어나는 사건 레벨은 도대체 이게 뭔지. 주인공들 간의 성행위나 친구들 간의 우정, 사고방식 같은 건 살짝 놀라긴 했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애물에 그런 일은 기본이고. 하지만 좋다고 난리칠 땐 언제고 헤어지자는 말은 너무 쉬울 뿐이고, 사랑의 시련이라 할만한 트러블보차 너무 억지스럽게 심하게 꼬아놓습니다. 게다가 중2란 것들이 '행위'는 기본이고 자연스레 술자리에 하다하다 내연관계 때문에 '주인공 여자애'가 레이프를 당하질 않나 그 묘사조차도 몸속에 뭐가 들어오니 어쩌니 꽤 노골적이고 결론은 나까다시.
정말 무서운 건 아까 말했던 그런 상큼발랄한 문장 속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거..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진짜 이딴 걸 쓰고 있는 놈이 중2병이니 뭐니에 정말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본애들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이런 게 핸드폰 소설이라고 먹힌다니. 판타지는 재미라도 있지, 이딴 걸 문고화하는 거야말로 완전 종이 낭비..
같이 구매한 연공도 일부 읽어봤는데, 좀 양반이긴 한데 결국 엇비슷합니다. 정말 핸드폰 소설이라는 것들의 수준을 알만 하네요.
......무엇보다 서글픈건 상하 되있길래 그냥 집어왔더니 한권은 후속편 하권이었다는 거야 엉엉.....뭐 이제와선 상관 없지만.
아, 길다.